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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메모_정혜윤
어흥
2021. 2. 1. 20:26
호시노 미치오의 글을 읽으면 나를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게 했던 것들이 떠오른다.
그 기억들은 나를 어디론가 끌고 간다.
나에게도 호시노 미치오처럼 혼잡한 지하철역에서 생각하는 동물이 있다.
고래다. 바다에서 고래를 처음 봤을 때 천지창조만큼이나 오래된 아름다움을 본 것만 같았다.
너무 아름다운 것을 보니 눈물이 나왔다.
고래를 보고 뛰는 내 심장박동마저 장엄한 자연현상처럼 느껴졌다.
돌아와서 나는 고래에 대한 책들을 찾아 읽었고 몇 가지 메모도 했다.
이를테면 귀신고래에 관한 글이 있다.
귀신고래는 평온한 한낮 바닷가에 올라와 모래에 등을 묻고 쉬곤 했다.
이 고래는 모래위에 누워 있을 때 가장 즐겁다.
인간을 두려워하지 않고 떡하니 모래사장에서 햇살을 즐기던 이 사랑스러운 거대한 야생동물은 멸종되었다.
그리고 외뿔고래에 관한 것도 있다.
만약 당신이 봄날 북극의 얼음 바다에서 갑자기 쨍쨍쨍 칼날 부딪히는 소리를 듣는다면 그것은 외뿔고래의 엄니가 부딪히는 소리다. 외뿔고래들은 엄니로 싸우는 중이다.
이런 글들을 읽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옮겨 쓰다 보면 고래가 모래사장에 누워 햇빛을 쬐는 것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정말이지 그런게 있는 세상이 그런 게 없는 세상보다 훨씬 좋다.